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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카란] 우리들의 원 투 스텝

한여름(一夏) 2019. 9. 24. 21:05

늦은 밤이었지만, 란의 방에서는 기타 현 튕기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다음 라이브에서 신곡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악상을 구상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란의 주장이었다. 카포 자리를 이리저리 바꿔보던 란은 마침내 마음에 드는 코드를 찾은 건지 앞에 놓인 악보에 슥슥 메모했다.

옆에 앉아있던 모카가 란의 어깨에 기대면서 투덜거렸다.

신곡 딱히 필요 없잖아, 지난 라이브 때도 신곡 있었고.”

매번 같은 노래만 연주할 거면 차라리 라이브를 안 했겠지. 매번 우리 라이브에 와주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이 정도는 해야 돼.”

다른 밴드들도 안 하는 짓을......”

모카, 집에 가고 싶으면 가도 돼.”

살짝 곤두선 란의 목소리에 모카는 흥 콧방귀 뀌면서 란의 침대 위에 대 자로 드러누웠다.

란 쨩 너무해. 심술궂어.”

모카가 자꾸 의욕 없는 말만 하잖아.”

란 쨩이 너무 의욕이 넘치는 거야.”

, 딱히 그런 건 아닌데.”

란은 그렇게 말하며 악보에 적은 것을 펜으로 찍찍 그었다. 그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며 모카는 베개를 부둥켜안았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니 란의 냄새가 모카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모카, 베개 냄새 맡지 마라고 했잖아.”

헤헤, 란 쨩은 부끄럼쟁이.”

정작 얼굴이 붉어진 건 모카였지만, 베개로 가렸으니까 란에게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한 번은 이쪽을 뒤돌아봐도 괜찮잖아. 모카는 입술을 비쭉 내밀었다.

란 쨩이 너무 노력해서 모카 쨩은 너무 불안한 거야.”

그렇다면 모카도 나처럼 노력해보면 어때.”

천재미소녀 모카 쨩은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걸.”

도대체 어느 쪽이야.”

모카는 헤헤 웃었다. 그리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란의 뒤로 다가갔다. 란은 신곡에 집중하느라 모카가 바로 뒤에 있어도 눈치 채지 못했다. 모카는 란을 껴안으며 그 등에 얼굴을 살며시 기댔다.

그래도 불안해. 란 쨩이 너무 노력해서, 나로선 정말로 못 따라잡을까 봐.”.”

모카......”

란의 배를 감싼 두 팔이 더욱 란을 꾸욱 껴안았다.

노력하는 란 쨩이 너무 좋아. 무슨 일이 있어도 앞을 보고 달려가는 란 쨩이 좋아. 하지만 가끔은 뒤를 돌아봐줬으면 좋겠어. 내가 란 쨩의 뒤를 제대로 쫓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줘. 날 두고 가지 말아 줘.”.”

두고 가지 않아.”

란이 말했다. 듣기만 해도 안심이 되는 그 목소리로.

나는 절대로 모카를 두고 가지 않을 거야.”

 

그런 일이 있었던가.

사진 앨범을 정리하던 중 고등학생 때 시절의 사진을 발견한 모카는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변치 않는 우정 같은 걸 믿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구나. 모카는 손가락 사이에 끼운 담배를 입에 대고 깊게 들이마셨다. 허파를 꽉 채우는 매캐한 연기를 한번에 내뱉으며 모카는 중얼거렸다.

두고 가지 않을 거라면서.”

딱히 원망하는 건 아니었다. 모카도 이제 어른이니까.

사람마다 보폭도 걷는 속도도 다르다. 그래서 앞으로 걸어가는 우리들은 종종 만나고 또 종종 헤어지게 된다. 헤어지는 건 역시 싫었다. 하지만 기다려달라고, 란을 거기에 멈춰 세울 수는 없었다. 멈추지 않고 앞으로 달려가는 란이 좋았으니까.

다시 한 번 모니터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모카는 그렇게 생각하며 핸드폰을 들었다. 다행히 전화번호는 제대로 남아있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엄지손가락으로 통화버튼을 누른 뒤 모카는 담배를 재떨이에 털었다.

이번에는 어쩌면 서로 발맞춰 걸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말도 안 되는 기대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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