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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넓은 무대 한가운데, 텐도 마야는 그저 홀로 우뚝 서 있었다.

   마치 텐도 마야 그 자체가 곧 무대의 중심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였다. 자기주장이 강한 그의 존재가 텅 빈 무대를 빈틈없이 채우고 있었다. 그저 서있는 것만으로 다른 이의 난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무대 위 다른 존재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것이 톱스타.

   털끝 하나 꿈쩍하지 않던 텐도 마야가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포지션 제로에 찍혀있던 칼을 서서히 들어 올리자 시퍼런 레이피어 날이 스포트라이트를 반사하며 사납게 번뜩였다. 관객들은 일제히 칼끝을 주목했다. 모두의 관심이 집약된 칼끝은 마치 글씨를 쓰듯 부드럽게 허공을 갈랐다.

   그의 칼끝이 무대 위에서 가장 높은 것이 되었다.

   모두의 시선이 전부 그 한 점으로 수렴했다. 그러나 수백 명의 시선의 무게 정도는 별 거 아니라는 듯, 텐도 마야는 여유로운 웃음을 보이며 다시 레이피어로 유연한 곡선을 그렸다. 큼지막한 동작과 함께 그녀의 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발 한발 정확한 스텝을 밟으며 텐도 마야는 무대라는 거대한 캔버스 위를 차츰차츰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텐도 마야가 입을 열었다.

   이것이 내가 바란 무대?”

   이것이 내 운명의 무대?”

   이것이 톱스타의 무대?”

   마치 대적할 상대를 찾듯 레이피어가 허공에서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이제 그를 대적할 상대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그에게 도전해온 수많은 무대소녀의 반짝임 위에 세워진 무대. 그것은 유일한 승자만의 것. 이 무대는 오로지 텐도 마야의 것.

   텐도 마야의 무대가 점점 격해지기 시작했다. 우아한 백조가 날개를 퍼덕이자 수면이 일그러지는 것처럼, 그의 움직임이 커질수록 무대 위의 공기가 더욱 크게 요동쳤다. 그가 자신의 감정을 무대 위에 세게 부딪는 모습은 마치 잭슨 폴록의 그림을 연상시켰다.

   무대 위는 점점 텐도 마야의 색으로 채워졌다. 더 이상 무대 위를 칠할 수가 없자 마야는 더욱 자신의 속에서 감정을 끌어올렸다.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이 무대 위로 던져지자 관객은 환호했다. 관객의 호응이 커질수록 텐도 마야는 자신을 더욱 조였다. 무대 위에서는 결코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아주 사소하고 사적인 감정까지 전부 내뱉었다. 땀방울이 핏방울로 바뀌고 깨끗하던 백조의 호수는 욕망의 색으로 탁해졌다.

   메아리가 돌고 돌아 다시 텐도 마야에게 돌아왔다.

   이것이 당신이 바란 무대?”

   이것이 당신의 운명의 무대?”

   이것이 톱스타의 무대?”

   시끄러워!”

   텐도 마야가 레이피어로 메아리를 가르자 한순간 무대 위의 모든 것이 멈췄다.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숨소리도 요동도 심장의 고동까지 전부 멈춘 것만 같았다. 텐도 마야는 그대로 무대의 중심을 향해 칼끝을 겨눈 채로 동작을 멈췄다.

   그리고 그 칼끝에는 결코 톱스타가 될 수 없었던 무대소녀, 사이조 클로딘이 웃고 있었다.

   이것이 네가 바란 무대?”

   여기엔 어떻게 올라왔죠?”

   마야는 클로딘을 향해 레이피어를 휘둘렀지만 클로딘은 마야의 움직임을 예상한 것처럼 바스타드 소드로 레이피어를 튕겨냈다. 레이피어의 움직임이 빨라질수록 바스타드 소드도 더욱 날렵하게 움직였다.

클로딘이 말했다.

   무대는 감정과 감정이 부딪혀 만들어지는 것. 부딪힐 것이 없는 감정은 스스로를 더욱 부딪을 뿐이야.”

   이곳은 톱스타의 무대, 다른 존재는 필요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정말로 네가 바라는 무대야?”

   둘의 사이가 가까워지면서 칼날이 부딪히는 소리가 사나워졌다.

   무대는 한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야.”

   톱스타는 단 한 명밖에 될 수 없습니다.”

   결코 그렇지 않아, 텐도 마야.”

   클로딘은 억지웃음을 지었다. 역시 상대는 텐도 마야, 클로딘은 슬슬 마야의 공격이 버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클로딘은 더욱 과감하게 한 발짝 더 나아가 바스타드 소드를 내리쳤다.

   텐도 마야, 내가 너를 따라잡아 여기까지 왔어. 톱스타의 무대를 같이 장식할, 톱스타의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 말이야!”

   파트너......”

   그래, 너와 동등한 위치에서 같이 스텝을 맞추는, 또 하나의 톱스타가 되기 위해서!”

   어느새 무대는 점점 새로운 색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그제야 마야는 클로딘이 자신을 공격하거나 견제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클로딘은 자신의 움직임에 맞춰주고 있었다. 칼과 칼이 제대로 부딪힐 수 있도록, 마야와 클로딘의 감정이 제대로 부딪혀 새로운 색을 흩뿌릴 수 있도록.

   마야의 움직임이 점점 부드러워졌다. 사납게 울부짖던 레이피어도 상냥해졌다. 마야 역시 클로딘에게 맞춰주기 시작했음을 클로딘은 느낄 수 있었다. 클로딘은 긴장을 풀고 몸이 이끌리는 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몇 번이고 마야의 상대를 해왔기 때문에 클로딘은 안심하고 스텝을 밟았다. 마야 역시 칼과 칼이 부딪힐 때마다 손끝으로 전해져 오는 클로딘의 감정을 느끼며 춤을 췄다. 클로딘이기에, 마야의 클로딘이기에 만들 수 있는 무대였다.

   , 어쩌면 내가 진심으로 바랐던 무대는......

   마야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끝까지 어울려주셔야겠습니다, 사이조 클로딘.”

   바라던 바야.”

   클로딘은 씨익 웃으며 답했다.

   영원의 레뷰의 막이 이제 막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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