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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죠 씨, 좋아해요.”

   텐도 마야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옆에 앉아있었던 사이죠 클로딘은 화들짝 놀랐다. 다들 어디 간 건지 기숙사 휴게실에는 마야와 클로딘 둘밖에 없었다. 소파에 조금 떨어져서 앉아 TV를 보던 중, 수석 텐도 마야의 기습 고백 공격이 시작되었다.

   사이죠 씨, 오늘도 아름답네요.”

   ,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아까부터.”

   클로딘의 새하얀 얼굴이 귀 끝까지 빨개졌다. 그러나 클로딘을 바라보는 마야의 눈빛은 마치 7월 한여름의 햇빛처럼 모든 것을 뚫을 기세로 뜨거운 강렬했다. 클로딘은 괜히 부끄러워 TV를 보는 척했지만 옆에서 느껴지는 마야의 시선 때문에 도저히 화면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결국 참을 수 없었던 클로딘은 괜히 화를 냈다.

   왜 그러는 거야, 사람 부끄럽게 만들고.”

   어째서 부끄러워하는 거죠?”

   마야는 클로딘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저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할 뿐이에요. 저는 사이죠 씨를 좋아해요. 사이죠 씨는 저를 안 좋아하는 건가요?”

   ......”

   클로딘의 얼굴이 한층 더 빨개졌다. 껴안고 있던 베개에 얼굴을 푹 파묻고 클로딘이 개미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 좋아해......”

   알고 있어요. 좋아해요.”

   텐도 마야의 저 미소. 아무런 꾸밈도 없는, 그야말로 순수한 애정이 느껴지는 미소. 그런 표정을 지으면 더 부끄럽잖아, 텐도 마야. 클로딘은 끝까지 고개를 들지 못하고, 다만 아까 전부터 잡고 있었던 텐도 마야의 손을 괜히 조물조물 만지작거렸다.

   수석 텐도 마야와 차석 사이죠 클로딘.

   어느새 연애를 시작한지 30일째가 되었다.

 

 

   텐도 마야는 애정 표현이 직설적이다.

   본인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람이 저렇게 솔직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텐도 마야의 애정 표현은 강렬하고 또 빈번하다. 그야말로 애정 표현의 폭격이다. 이젠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았나 싶지만 텐도 마야의 목소리로 듣는 좋아해요는 언제나 클로딘의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다.

   사이죠 씨, 스텝 조금 어긋났어요.”

   , 알고 있어......”

   텐도 마야가 빤히 바라보고 있어서 도저히 집중할 수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클로딘은 주변을 힐끔 쳐다보았다. 다른 학생들도 둘씩 짝지어 열심히 춤 동작을 연습하고 있었다. 그래, 집중해야지. 클로딘은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내쉬었다. 요동치던 심장이 조금은 진정된 기분이 들었다. 클로딘은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도 선생님의 박수 소리에 맞춰 스텝을 옮기며 춤 동작을 익히던 중, 텐도 마야가 입을 열었다.

   아까부터 제 시선을 피하고 있네요.”

   딱히 그런 건 아닌데......”

   제대로 제 눈을 바라봐주세요. 지금도 미묘하게 춤동작이 어긋나잖아요.”

   , 미안...... 하지만 네가 자꾸 그러니까 괜히 의식하게 된다고.”

   그러자 마야는 클로딘을 확 잡아당겨 품 안에 안았다. 코가 닿을 정도의 거리에서 클로딘을 바라보며 마야가 말했다.

   사이죠 씨, 제가 사이죠 씨를 좋아하는 이유는 당신만이 언제나 저를 똑바로 바라봐줬기 때문이에요. 지금의 사이죠 씨는 왜 제 눈을 피하고 있죠?”

   그러나 클로딘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살짝 돌렸다.

   클로딘은 분명 마야가 화낼 거라고 생각했으나, 잠시 후 들려온 것은 마야의 웃음소리였다.

   후훗, 그렇다면 연습이 필요해 보이네요.”

   순간 오싹한 기운이 클로딘의 척추를 타고 내려왔다. 클로딘이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마야는 다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방금 전의 춤동작보다 훨씬 강렬하고 템포가 빠른, 거센 폭풍우 같은 춤이었다.

   물론 평소의 클로딘이었다면 아무 문제없이 같이 맞춰 출 수 있었겠지만, 예상치 못한 마야의 변화구에 클로딘은 마야가 움직일 때마다 마치 인형처럼 거의 끌려 다니다시피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다. 클로딘은 넘어지지 않기 위해 발을 향해 내려다보며 필사적으로 스텝을 옮겼다.

   사이죠 씨!”

   마야의 부름에 클로딘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제야 클로딘은 마야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건지 알 수 있었다. 클로딘은 마야와 눈을 마주치고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마야에게 클로딘은 겨우 웃어 보였다. 불안정한 클로딘의 스텝도 다시 안정을 되찾아갔다.

   한껏 여유로워진 클로딘이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나를 변함없이 봐주고 있었구나, 텐도 마야.”

   지금이라도 알아봐줘서 정말 고맙네요. 좋아해요.”

   텐도 마야, 너는 정말......”

   그때, 클로딘의 발목이 부자연스럽게 꺾이더니 클로딘의 균형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클로딘이 넘어지자 춤추고 있었던 친구들과 선생님까지 모두 클로딘에게 급히 달려갔다. 아무래도 머리를 세게 부딪친 탓인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도 클로딘의 귀에서는 웅웅거리는 소음처럼 들리기만 했다.

   어두워지는 시야 사이로 마야의 얼굴이 보이자 클로딘은 힘없이 웃었다.

   정말, 싫은 여자라니까......

   그렇게 입술을 뻐끔거리면서, 클로딘의 의식은 점점 어두운 곳으로 가라앉았다.

 

 

 

   일어나보니 창밖은 벌써 노을이 붉게 깔려있었다.

   자기 방은 아닌 것 같고, 아무래도 누군가가 자신을 보건실로 데려온 모양이었다. 머리를 부딪친 곳이 아직도 욱신거려 매만지고 있자 익숙한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잠꾸러기네요, 사이죠 씨.”

   텐도 마야...... 수업은?”

   다 끝났어요.”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먼저 입을 연 건 클로딘이었다.

   아까 했던 말 있잖아......, 너를 똑바로 봐주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나를 좋아했다고 한 거. 만약 내가 그렇지 못했다면, 그러니까 지금보다 훨씬 형편없는 사람이라 똑바로 봐주기는커녕 제대로 쫓아가 줄 수도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면, 너는 나를 안 좋아했을 거야?”

   이상한 질문이네요.”

   마야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제가 알고 있는 사이죠 씨는 그런 사람이 아닌 걸요. 저를 제대로 쫓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어요. 그건 당신의 재능이나 실력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당신이란 사람이 가지고 있는 본질을 말하는 거예요. 이해가 되나요?”

   ......”

   당신이 사이죠 클로딘인 이상, 저는 당신을 좋아해요.”

   , 그렇게 훅 들어오지 말라니까. 부끄럽지도 않아?”

   클로딘이 이불로 새빨개진 얼굴을 가리자 마야는 가슴 위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저는 제 감정에 떳떳해요. 어째서 제가 제 본심을 숨겨야 하나요? 기쁠 때는 기뻐하고, 슬플 때는 슬퍼하고. 이런 감정에 숨겨야 할 이유가 어디 있나요?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다면 그건 톱스타가 아니죠. 저는 사이죠 씨가 좋아요. 사랑해요. 가슴 깊이 사랑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 감정을 결코 숨기고 싶지 않아요.”

   , 알겠으니까 그만......”

   그리고 부끄러워하는 사이죠 씨가 귀여운걸요.”

   역시 놀리는 거였어!”

   발끈해하는 클로딘을 보며 마야는 쿡쿡 웃었다.

   사이죠 씨도 조금 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게 어떤가요? 대답해보세요, 저를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제 어떤 점이 좋아서 제가 사이죠 씨에게 고백하기 전에 사이죠 씨가 먼저 저에게 고백한 건가요?”

   , 그건......”

   잠시 망설였지만 이번에는 피하지 않겠다고 클로딘은 다짐했다. 클로딘은 숨을 천천히 마신 뒤, 마야를 똑바로 쳐다보며 천천히 대답하기 시작했다.

   내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려줬어. 하지만 동시에 나를 네 라이벌로서 바라봐줬어. 내가 쫓아갈 수 있도록 항상 먼저 앞으로 나아가있었지. 언제나 내가 진심으로 쫓아갈 수 있도록, 너는 내 진심에 응해준 거야. , 나의 진심에 언제나 진심으로 받아쳐주는 네가 정말 좋아.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잘 생겼잖아, 텐도 마야.”

   클로딘은 그렇게 말하면서 씨익 웃었다.

   그러나 마야는 클로딘의 말을 태연하게 받아주는 대신, 입을 손으로 가리고 말없이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야의 이상한 반응에 클로딘이 마야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 그래?”

   ......”

   겨우 입을 연 마야는 감탄사를 나지막이 내뱉더니 고개를 살짝 내리면서 말했다.

   , 이건 조금...... 부끄럽네요......”

   마야의 입에서 흘러나온 대답을 들은 크로딘은 뒤통수 한 대 크게 얻어맞은 것 같은 표정을 짓더니 푸핫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상해! 텐도 마야의 부끄러워하는 모습, 이상해!”

   , 그만 하세요.......”

   싫어! 싫은데!”

   머리의 아픔도 잊고 클로딘은 숨넘어갈 정도로 깔깔 웃었다. 연애 시작한 지 30일 만에 이런 귀한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 알 수 없는 짜릿함에 온몸이 파르르 떨릴 정도였다.

   노을빛으로 물든 어두운 보건실, 단 둘만의 공간.

   사이죠 클로딘은 마침내 세상을 향해 크게 외쳤다.

   정말 좋아해, 텐도 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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